제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지역 중 하나다. 특히 과거 제주의 생활상은 육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폭삭 솎았수다'라는 표현은 제주 방언으로 ‘완전히 망했다’라는 뜻이지만, 그 속에는 제주의 질곡 많은 역사와 삶의 방식이 녹아 있다. 과거 제주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적 문화가 강했고, 특유의 전통과 생활 방식이 현대와는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과거 제주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그 문화를 여행하듯 들여다본다.
1. 제주의 전통 가옥과 생활 모습
과거 제주 사람들은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독자적인 생활 방식을 발전시켰다. 제주 전통 가옥인 ‘초가집’은 강한 바람을 막기 위해 낮게 지어졌고, 지붕은 볏짚이나 띠로 덮여 있었다. 또한 집 주변에는 돌담이 둘러싸여 있는데, 이는 제주도의 강한 바람을 막아주고 가축을 보호하는 역할도 했다.
집 안에서는 제주만의 독특한 생활 방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제주 사람들은 화산석을 쌓아 만든 아궁이에서 불을 지펴 밥을 해 먹었고, 난방을 위해 온돌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불을 피우는 방식으로 생활했다. 또한, 부엌과 마당이 가까이 있어 음식을 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생활도 육지와는 많이 달랐다. 제주는 농사짓기 어려운 환경이었기 때문에 감귤 농사나 해산물 채취가 주된 생업이었다. 특히 여성들은 ‘해녀’로서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며 생계를 꾸려나갔다. 해녀들은 물질(잠수 작업)을 하며 가정을 책임졌고, 이는 제주 여성들이 강인한 생활력을 갖게 만든 주요한 요소였다.
제주의 전통적인 공동체 문화도 주목할 만하다. 이웃 간의 정이 돈독하여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농사와 생업을 도왔다. 이를 ‘품앗이’ 문화라고 하며, 마을 사람들이 서로 돕고 협력하며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공동체 의식은 현대에도 제주의 여러 축제나 행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2. 제주 사람들의 음식 문화
제주는 육지와는 다른 특색 있는 음식 문화를 발전시켰다. 제주에서 흔히 먹던 음식 중 하나가 ‘몸국’이다. 몸국은 돼지고기와 모자반을 넣어 끓인 국으로, 주로 잔칫날이나 특별한 날에 먹었다. 모자반은 제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해조류로, 바다의 풍미가 가득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제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고기국수’다. 돼지고기를 삶아 육수를 내고, 쫄깃한 국수를 넣어 만든 이 음식은 지금도 제주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돼지고기가 귀했기 때문에 명절이나 중요한 행사에서만 먹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꼭 맛보는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
제주의 대표적인 간식 중 하나는 ‘오메기떡’이다. 찹쌀에 차조를 섞어 만든 이 떡은 겉에 콩고물을 묻혀 고소한 맛을 더했다. 오메기떡은 주로 명절이나 잔칫날에 만들어졌으며, 이웃과 나누어 먹는 문화도 있었다.
제주의 음식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돗제’다. 돗제는 제주 방언으로 돼지를 의미하며, 제사나 큰 행사가 있을 때 돼지를 잡아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는 문화다. 특히 제주에서는 돼지고기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버리는 부분 없이 모두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돼지 피를 이용해 만든 ‘순대’도 제주에서 유래한 음식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제주의 음식 문화는 환경과 생활 방식에 따라 독특하게 발전했으며, 현대에도 여전히 제주만의 특색을 유지하고 있다.
3. 제주의 전통 행사와 놀이
과거 제주에서는 다양한 전통 행사와 놀이가 이어져 왔다. 대표적인 것이 ‘영등굿’이다. 영등굿은 제주 바다의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로, 바람의 여신인 ‘영등할망’을 맞이하고 보내는 의식이다. 이는 제주가 어업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 요소다.
또한 제주에서는 ‘낭쉐코사’라는 독특한 의식이 있었다. 낭쉐코사는 마소(소나 말)를 보호하기 위해 치르는 의식으로, 제주에서 말을 키우는 것이 중요했던 만큼 가축을 신성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제주의 전통 놀이 중 하나로 ‘귤 밭에서 귤 던지기’ 놀이가 있었다. 어린이들은 감귤을 가지고 놀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농사일을 배우기도 했다. 또한, ‘줄다리기’도 제주의 대표적인 민속놀이 중 하나로, 마을 사람들 간의 화합을 다지는 중요한 행사였다.
한편, ‘오일장’ 문화도 제주의 중요한 전통 중 하나였다. 과거에는 매달 2일, 7일, 12일과 같은 정해진 날에 오일장이 열렸으며, 이곳에서 주민들은 필요한 물건을 사고팔았다. 특히 오일장은 단순한 시장 기능을 넘어, 마을 사람들이 소식을 나누고 친목을 다지는 장이기도 했다.
제주의 전통 행사와 놀이는 지역적 특성과 생활 방식이 반영된 것이 많으며, 현대에도 일부 축제나 행사로 계승되고 있다. 이를 통해 과거 제주의 문화를 엿볼 수 있으며, 여행을 통해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과거 제주의 생활 모습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독특한 문화를 보여준다. 제주의 전통 가옥과 생활 방식, 음식 문화, 그리고 전통 행사와 놀이를 살펴보면 당시 제주 사람들이 어떻게 공동체를 형성하고 삶을 이어왔는지 알 수 있다.
현대에는 관광지가 많이 발달하면서 과거의 모습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제주 곳곳에서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제주 민속촌이나 오일장, 해녀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옛 제주의 생활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이번 여행을 통해 ‘폭삭 솎았수다’라는 말이 단순한 좌절이 아니라, 역경을 이겨내며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강인한 정신을 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주를 방문할 때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깊이 있는 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